[경제시평] 더 중요해진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

다음달부터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법령상으로는 7월 12일에 시행되었지만 상품인가가 11월 2일에 이루어져 이제야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38개 퇴직연금사업자가 신청한 220개 상품 중 75%인 165개가 승인되었다. 디폴트옵션 상품이 승인되어 이제 퇴직연금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으로 가입자의 선택이 남았다.

문제는 가입자 상당수가 디폴트옵션 제도 자체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31.3%, '들어는 봤으나 잘 모른다'는 41.8%, '전혀 모른다'는 26.9%나 되었다. 이처럼 제도 자체를 모르면 상품에 대한 이해도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가입자 대상으로 제도 시행

물론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상품을 공급하면서 제도와 상품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이미 퇴직연금사업자들은 교육을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짧은 기간 동안 가입자들에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 교육으로 가입자들의 이해력이 높아져 상품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가입자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은 의무적으로 실시하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나 사용자로부터 위탁받은 퇴직연금사업자와 개인형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퇴직연금사업자, 또는 올해 4월부터 도입된 퇴직연금가입자 교육 전문기관이 가입자에게 매년 1회 이상 교육을 실시한다. 그런데 퇴직연금사업자 위주로 시행되는 가입자 교육은 대개 자료전달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가입자가 교육에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교육은 실시되었으나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교육 내용이 형식적이어서 이것을 기초로 적립금 운용에 적극 나서기에는 한계가 크다. 과거와 달리 동영상까지 동원해 교육을 다양하게 시도하지만 제도 소개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가입자가 그러한 교육을 기초로 적극적 운용에 나서는 데는 한계가 많다. 적극적 운용은 투자를 위한 지식 및 경험과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데, 가입자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퇴직연금만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러한 상태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승인된 165개 상품 중 91개 중위험 이상의 상품을 이해하려면 투자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사 무언가를 선택했다 해도 나중에 분쟁의 소지까지 생길 수 있다.

운용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투자교육 강화 필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결국 가입자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대해 교육책임자가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 대면교육 위주로 교육을 실시하되, 차선책으로는 제공한 자료를 제대로 보고 이해했는지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게 할 필요도 있다. 또한 교육 내용도 적극적으로 운용에 나서도록 투자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주요국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운용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생생히 전해줄 필요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분산투자를 하면 장기적으로 안전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우 주가와 국채 수익률이 동반하락해 분산투자 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1937년 이후 84년 만에 역대 최악의 성과를 낼 거란 전망이다.

이렇듯 현실에서는 이론을 뒤엎는 예외적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수익률을 높일 목적으로 도입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를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가입자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더 중요해진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 2022-11-21 10:52:05 게재